[연세대학교 ISEP 교환학생] ① 떠나기로 결심하다: 교환학생의 목적, 하고 싶은 것들, 최적의 시기는?


오래 전부터 교환학생이 가고 싶었다.


2015년, 공학관D가 새로 지어지기 전 쓰러져가는 건물에서 도시공학과 새내기 OT에 참석했던 때보다도 더 예전부터 교환학생이 가고 싶었다. 해외로 떠나는 짧은 여행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생활을 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언젠가는 꼭 가겠다고 다짐했지만 미래의 일로만 생각했다.

대학교 4년은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1학년을 송도생활로, 2학년을 학생회 활동으로 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금방 3학년이 되어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내 대학생활이 이렇게 끝나 버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2015년 9월 7일 언기도 팡세에서 찍은 송도 국제캠퍼스 사진. 아련한 B612필터...☆


3학년을 다니며 진로고민도 하고 졸업시기를 생각하고 교환학생에 대해 현실적으로 고민한 끝에, 한 학기 휴학을 하면서 교환학생 자금을 모아 2018년 가을학기(4학년 1학기)를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보내기로 했다!




교환학생을 막연히 희망하는 것과 현실적으로 고려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교환학생은 많은 돈이 든다. 이것은 나의 1순위 고려대상이었다. 교환학생 비용은 나라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출혈이 심하다.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난 내 친구는 한 학기에 2000만원 정도를 썼다고 했고,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난 선배는 1000만원 정도가 들었다고 했다. 물론 미국도 땅이 워낙 넓으니 지역 나름일 것이다. 가뜩이나 연세대학교 등록금도 비싼데, 부모님께 교환학생 비용까지 지원해 달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었다. 장학금은 고려대상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한 학기 휴학을 해서 자금을 모아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ISEP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연세대학교에 기숙사비와 식비를 내는 대신 교환대학이 위치한 나라의 물가를 감안하여 주거비와 식비가 나온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나중에 ISEP 관련 포스트에 서술하겠지만 생각보다 ISEP로 비용을 절약하지는 못했다.

또 하나, 교환학생은 졸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1학기에 듣는 수업이 2학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휴학을 해야 한다. 졸업이수학점에서 전공학점의 비율이 큰 나같은 공대생의 경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더 많다. 교환학교에서 전공 수업을 들어도 국내에 돌아와서 전공학점인정이 안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환학생을 갈 예정이라면 되도록 국내 대학에서 전공수업을 듣고, 교환대학에서 이수한 학점은 마음 편하게 교양학점으로 돌리는 편이 낫다. 우리나라에서는 학부에 있는 학과가 외국에서는 대학원에 주로 있는 학과일 경우 학점이수가 더더욱 골치아프다. (필자도 제 1전공 도시공학과 수업이 학부에는 거의 없어서 제 2전공 컴퓨터과학과 수업을 이수할 예정이다.) 간혹 교환학생이 대학원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학교가 있다고는 들었다. 그리고 우리 과는 가을학기에 열리는 졸업설계를 마쳐야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을학기에 4학년 1학기로 교환을 가는 나와 같은 경우 내년 가을까지 졸업을 못한다.


나레기는 복수전공도 3학년 말에서야 신청한 탓에
4학년을 앞두고 졸업학점이 38학점이 남았다...^^



나는, 그래도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익숙한 환경에서의 익숙한 생활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의 소수자로서의 경험을 하며 나의 생활을 해 보고 싶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내가 17년째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우리 집은 나에게 너무 당연한 공간이다. 부모님의 애정 어린 잔소리를 들으며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취업이냐 대학원이냐 고민을 하는 일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들이 내 곁에 있을 때 변화를 선택하기란 어렵다. 진로고민에 있어서 나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사항이나 현재에 안주하는 편안함보다는 스스로 소망하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는 도전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 속에서 나의 위치를 확인하고,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보고 나의 선택지가 무엇일지 찾고자 한다. 나이를 먹고 직업을 갖는 일은 내가 내 삶에 변화를 주어도, 주지 않아도 언젠가는 일어나는 일이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질 때 비로소 진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세계일주를 한다거나, 여행을 길게 간다거나,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거나 하는 방법이 아니라 꼭 교환학생이어야 한다. 교환학생은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원 가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은 학부생일 때 가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나중에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는 것도 세계여행만 가능할 뿐 교환학생으로는 떠날 수 없다. 학생이기에 할 수 있는 교환생활이니만큼 학생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교환대학의 수업 방식으로 영어를 사용하여 다른 학생들과 의견을 교류하며 배우기, 도시공학도로써 교환을 떠나는 나라 및 주변국들의 다양한 건축물들과 도시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낯선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내 스스로를 탐색하기.

이외에도 영어회화 실력을 높이고 싶다는 것, 다른 언어를 쓰는 나라를 가서 다른 언어를 배우고 오겠다는 것, 이왕이면 순위가 높은 대학을 가서 뛰어난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 등등 많은 소망이 있었지만, 나는 위의 3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보면 서로 상충되는 지점이 많아 가고 싶은 곳을 정하지 못한다. 가령,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영어가 공용어인 나라에 가는 편이 좋기 때문에 다른 언어도 배우고 오고 싶다는 생각은 접는 편이 낫다.




그렇게 오스트리아 린츠로 떠난다.


오스트리아 제 3의 도시 린츠의 요하네스 케플러 대학교(Johannes Kepler Universität Linz, JKU)로 가게 되었다. 린츠 대학교라고도 하는데, 천문학자 케플러가 강의를 했던 대학이라고 한다. 후속 포스트에서 다루겠지만, 교환학생을 ISEP로 지원할 경우 '교환학생을 떠나고 싶다'는 이유는 명확하지만 '왜 린츠인가?'를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으로 교환학생을 떠날 한 학기 동안 린츠의 매력을 속속들이 파헤쳐 보겠다. 도시공학도라면 전 세계 어느 도시에 떨어져도 도시와 친해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테니까.

교환학생은 공대생의 경우 3학년에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굳이 꼽자면 3학년 2학기. 공대생은 교환학생을 가서도 전공과목를 몇 가지 듣는 편이 졸업을 위해 좋은데, 2학년 때 전공기초를 들은 상태에서 가야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2학년을 마쳐야만 교환대학에서 받아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3학년 1학기보다 2학기를 추천한 이유는, 1학기에 전공선택과목을 좀 들어야 이제 비로소 이 전공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감이 잡히기 때문에 그렇다! 나는 교환학생을 신청한 제 2전공의 전공기초과목을 적게 이수한 탓에 교환학생 승인을 받지 못할 뻔했다^^;




일찍 진로를 결정하고 실력을 쌓아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잡았느냐는 것 같다. 4학년 1학기에 휴학까지 해 가며 교환학생을 가려고 하는 것이 잘 한 일인지, 못 한 일인지는 먼 미래가 되어야 알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꾸준히 삶의 방향에 대해 탐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교환학생이라는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임을 믿는다. 예전부터 소망해 왔던 목표를 현실로 이룬다는 측면에서도 이미 큰 의미가 있다:D 교환학생을 마치고 다시 이 글을 보았을 때 지금의 나를 여유롭게 응원해 줄 수 있는 조금 더 성장한 미래의 나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동한 해 왔던 고민들과 준비했던 과정을 블로그에 밝히는 것도, ISEP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이나 메일 주세요:) 포스트는 투비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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