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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4학년 때,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지원을 고민하던 고등학교 후배가 보낸 질문들에 대해 길게 답변을 보냈었다. 노트북 정리하다가 해당 전문을 발견했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는 고등학생들을 위해 블로그에 익명처리하여 옮겨 둔다!
* 2018년 기준 답변입니다.
** 학부생의 시야로 답변하여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참고만 부탁드려요~
답변한 질문 리스트들
1편
2편
3. 도시공학과에서 배우는 내용 중 산업공학과와 맞닿아 있는 부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4. 실제로 미적 감각이 필요한 디자인 부문으로 진로가 연계되기도 하나?
5. 도시공학과 졸업 후에 가질 수 있는 직업들은?
6. 자소서, 추천서에 들어가면 도움이 될 속성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안녕하세요, ㅇㅇ씨! 반갑습니다:) 저도 연세대학교에 지원했을 때 과학특기자 전형으로 도시공학과를, 논술로 산업공학과를 지원했었어서 제가 했던 고민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에 더 반가웠어요! 메일에 있던 질문을 6가지로 정리해서 답 보내 드려요!
1. 도시공학과에서 다루는 내용이 광범위한 것 같아서 어떤 부분에 주력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도시공학과에서 중점적으로 배우는 것이란?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도시공학과는 무엇을 배우는 학과냐고 물어볼 때 저는 ‘말 그대로 도시에 대한 모든 것들을 배우는 과’라고 말하곤 해요. 말씀하셨다시피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과라서 어떤 ‘부분’에 주력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도시공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려드리고, 흔히 비슷한 학과라고 언급되는 건축학과 및 토목공학과(사회환경시스템공학)와 비교하면서 도시공학의 입지를 말씀드릴게요! 그 이후에 학과에서 어떠한 수업들을 배우는지 설명 드리겠습니다.
도시공학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해요. 산업혁명으로 도시에 공장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오면서 농촌은 황폐화되고, 주거시설도 계획적으로 늘어나지 않고 마구잡이로 늘어가는 와중에 인구는 더욱 빠르게 증가해서 각종 도시문제(상수원의 오염과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 그로 인한 전염병, 과밀화로 인한 주거환경의 악화, 불량주택, 교통문제, 도시경관문제 등등)가 나타났고 이에 따른 해결책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도시공학의 시초예요. 처음에는 환경문제에 따른 상하수도 시설을 재정비하는 등 현재의 토목공학에 해당하는 부분이 컸어요. 그러나 나중에는 도시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공업지역을 분리하는 지역/지구제의 실시 등 정책적인 측면이 대두되고, 도시의 경제발전을 연구하거나, 주거환경 개선을 건물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실현하는 등 도시계획과 도시설계분야가 점차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즉, 도시공학은 도시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도시공학의 세부적인 분야들에 대해 살피다 보면 건축과, 토목공학과와 겹치는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학과에서 다루는 사물의 규모와 관점 면에서 달라요. 건축학과는 건축물의 디자인적인 측면을 크게 생각하는 학과예요. 대부분 5년제이고 건축물을 설계하고 건축모형을 만드는 스튜디오 중심으로 배웁니다. 건축공학과는 건축물의 안정적인 구조를 공부하는 등 공학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학과이고요, 토목공학과는 교량이나 댐, 상하수도, 간척 등 매우 규모가 큰 분야라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전공은 크게 네 가지의 분야에 대해 배워요 (연세대학교 기준):
1) 도시계획
도시계획은 가장 사회과학적인 측면이 강하면서 주로 도시경제학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계획’이라는 말 자체가 현재의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의 목표에 대한 실현 과정을 세우는 것을 말하죠! 특정 도시의 인구 증가율을 예측하고 주변 도시와의 관계를 통해 미래에 경제 발전이 얼마나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 공부하기도 하고, 도시 관련 법규와 지역/지구제, 도시계획이론 등을 배워요. 도시계획방법에 대한 방법론적인 측면도 공부하고, 기후변화나 기술의 발전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도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공부도 도시계획에서 해요. 어떠한 도시개발사업이 얼마나 사업성이 있느냐 하는 사업성 분석도 하는데, 이는 개인 및 집단의 이익을 위한 부동산개발사업 분야와도 관련이 있어요. 부동산에서는 적절한 부지를 선정하고 투자자를 모아서 오피스텔이나 상업건물 등으로 개발하는 과정이나, 특정 건물과 주위 건물들의 임대료를 비교해서 적정 임대료가 얼마인지 등을 도출해내는 것을 배워요.
교과목명을 말씀드리면 2학년 때에는 도시계획론, 국토및지역계획이라는 수업을 필수로 수강하고 3학년 때에는 도시 및 지역경제, 환경 관련 법규나 도시계획법, 부동산개발분석 등을, 4학년 때에는 도시연구방법 등을 수강합니다.
좌) 부동산개발분석 수업 필기 / 우) 도시및지역경제 수업 PPT |
2) 도시설계
도시설계는 말하자면 가장 디자인과 연관이 깊고 건축과 연관이 깊은 분야이지만, 건축과처럼 디자인적인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도시 미관은 분명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도시가 반드시 좋은 도시라고 보기에는 어렵기 때문이에요. 도시설계의 여러 분야로는, 우선 토지이용계획에서는 부지에 도로를 놓고, 어디에 상업지역이 들어가면 좋을지, 어디에 주거지역이 들어가고 녹지축과 수계축(강과 호수)는 어떻게 조성하면 좋을지를 생각해요. 테마가 있는 넓은 단지를 설계하는 테마단지설계 수업도 있고, 아파트 단지 내부를 설계하기도 해요. 숲을 보는 사람이니만큼 공간이 가진 내용을 살려내는 설계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건축물 하나하나의 아름다움보다는 각 시설과 도로의 배치를 중점적으로 생각합니다. 사회과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CPTED는 도시설계를 이용하여 범죄율을 낮추고자 했던 설계방법입니다. 수업에서는 시각화하는 도구(일러스트레이터, 스케치업 등)를 많이 사용하고, 손으로 그린 도시 스케치를 제출하라고 하는 교수님도 계세요. 도시설계 뿐 아니라 조경학까지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님도 계십니다.
토지이용계획및설계 수업 발표 판넬 |
주거단지계획및설계 발표 판넬 |
바로 위의 판넬은 주거단지계획및설계 수업 때 발표자료로 제작한 것인데, 원래는 주거단지설계를 하는 수업이지만 제가 수업을 들을 때 2학기에 휴일이 매우 많아서 아파트 단지 조사로 대체가 되었어요. 들어간 사진과 그래프, 지도 모두 (토지이용계획과 단지 평형도만을 제외하고) 직접 찍고 만든 것입니다. (GIS 수업을 들으면 지도를 만들 수 있어요!)
요즘 서울시에서 도시재생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것도 도시설계 분야에서 하고 있어요. 연세대학교 송도 국제캠퍼스의 캠퍼스 설계를 도시공학과에서 했고, 신촌 도시재생에도 연세대학교 도시재생연구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3) 교통
교통계획 필기 1 |
교통분야는 도시공학과에서 가장 공대스러운(?!)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도시계획과 도시설계가 굉장히 사회과학적이고 어찌 보면 그림도 좀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교통에서 과연 공학이구나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두 지역간의 통행량 자료를 통해 통행수요 통행분포를 예측하고, 적절한 교통수단을 계획하는 교통계획분야부터, 교통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며 (버스가 n분 후 도착합니다 라던지 네비게이션에서 제공되는 실시간 교통정보 같은 거요!) 그 정보의 이용 분야에 대한 연구, 신호체계에 대한 공부와 교통체증 감소를 연구하는 분야 등등이 있어요. 1학년 때에는 일종의 흥미 위주의 수업이었던지라 주차장 설계를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학부생 때는 수학과 연관된 수업이 많은 편이고 대학원에 가면 프로그래밍을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사람들 간의 이동은 경제활동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토지이용과 경제 등의 측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요. 아래 필기처럼요.
교통계획 필기 2 |
4) 환경
환경분야는 현재 연세대학교에는 재난방재계획을 중점으로 하시는 교수님이 계시고, 작년까지 환경정책분야에서 강의하셨던 독일인 교수님이 다른 학교로 가시게 되어 새로운 분이 오신다고 해요. 지속가능한도시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다루는데, 2학년 전공기초인 환경과계획 수업을 시작으로 지속가능한도시개발, 재난방재계획, 도시환경거버넌스 등의 수업이 있어요. (정확한 교과목은 아니니 내용만 봐주세요^^;) 환경과계획 수업을 들으면 기후변화와 관련한 굉장히 많은 이슈들에 대해 공부를 하게 돼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전 세계적으로 두 가지 방향으로 노력을 하고 있죠! 하나는 기후변화 자체를 예방하는 것,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인데, 이는 곧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설계하는 것과도 연결이 되고,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폭염, 한파, 도시열섬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생각하는 것과도 이어집니다. 한편, 기후변화 뿐 아니라 지진해일처럼 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배워요!
이쯤 되면 도시공학이 왜 공대에 있나 의문이 들 것 같아요. 우리나라나 일본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한 해외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아요. 대학원에서도 설계쪽은 미대나 건축대학에 Urban Design과 같은 이름으로 있는 경우가 많고, 계획 쪽도 사회과학대학에 Urban Planning이나 Urban Economics 등의 이름으로 있더라고요. 교통쪽은 Transport(ation) Engineering으로 공과대학에 있고요. 하지만 도시공학이 Engineering이 아닌 것은 아니에요. 저는 ‘공학’이라는 글자가 정량적인 숫자와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도시문제를 해결한다는 데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도시공학이 분야가 매우 넓은 만큼 대학마다 중점으로 생각하는 분야도 조금씩 달라요. 우리나라에 도시공학과가 있는 학교가 그리 많지는 않는데, 그 중 예를 들면 한양대와 서울시립대는 상대적으로 ‘도시설계’에 중점을 둔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건축학과처럼 스튜디오 중심이고 캐드와 스케치업을 지속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실무에 강하다고 해요. 연세대학교 같은 경우는 위에서 말씀드린 도시계획, 설계, 교통, 환경 각각을 배우고 다양한 진로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부 졸업 후 취업을 하려고 했을 때에는 본인 스스로가 전문성을 키우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해요.
2. 도시 개발이나 도시계획에 있어서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 노력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도입되고 있는지?
이 질문은 대답하기가 조금 애매한데, 실질적으로 도시계획과 도시설계라는 부분이 시민들이 바로바로 체감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국가에서 실시하는 사업이라면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태반이고, 정책을 바꾸거나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바로 현실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새 도시의 모습이 과거와 많이 바뀌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몇 가지 기사는 읽은 것 같네요! 수원시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의 도시인데, 빗물을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보급하여 친환경 ‘레인 시티’가 되고자 한다는 기사를 읽었었던 기억이 있어요. 서울특별시 박원순 시장도 서울시에 태양광 판넬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었고, 현재 공유경제 플랫폼도 완전 친환경까지는 아니지만 카풀이나 전자제품 공유 등 도시 속 삶의 모습을 많이 변화시키고 있으니까 더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지금보다는 더욱 친환경적으로 변화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아서, 그리고 유럽의 환경도시들을 탐방하고 싶어서 이번 9월에 교환학생을 떠나요. 저도 공부하는 학생이니까ㅎㅎㅎ 더 알아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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