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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4학년 때,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지원을 고민하던 고등학교 후배가 보낸 질문들에 대해 길게 답변을 보냈었다. 노트북 정리하다가 해당 전문을 발견했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는 고등학생들을 위해 블로그에 익명처리하여 옮겨 둔다!
* 2018년 기준 답변입니다.
** 학부생의 시야로 답변하여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참고만 부탁드려요~
답변한 질문 리스트들
1편
1. 도시공학과에서 다루는 내용이 광범위한 것 같아서 어떤 부분에 주력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도시공학과에서 중점적으로 배우는 것이란?
2. 도시 개발이나 도시계획에 있어서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 노력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도입되고 있는지?
2편
3. 도시공학과에서 배우는 내용 중 산업공학과와 맞닿아 있는 부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둘 다 사회과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경제학과 매우 연관이 깊다!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봐요. 산업공학은 공대생들끼리 흔히 말하길 ‘공대의 경영학과’라고 말해요. 산업공학과에 개설되는 과목들도 보면 통계학과 경제학, 컴퓨터 언어가 중심이 되고요. 실제로도 그러한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들었어요. 인간공학을 전공하고자 산업공학과를 생각했다고 하셨는데, 아마 학부에서 인간공학을 바로 배우기는 어려울 거예요. 지금 찾아보니까 인간과컴퓨터상호작용 이라는 수업이 4학년 수업으로 개설되어 있기는 한데(2학년도 수강은 가능해요) 이것도 ㅇㅇ씨가 듣고 싶은 수업과 같은 수업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적정기술은 단연 하이테크놀러지를 뜻하는 말이 아니지만, 저는 제가 특정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공학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면 전기전자공학과나 기계공학과처럼 무엇인가를 만들고 제작해 내는 능력을 갖추는 과를 갔을 것 같아요!
4. 실제로 미적 감각이 필요한 디자인 부문으로 진로가 연계되기도 하나?
도시공학과가 매우 분야가 넓은 만큼 디자인 부문으로 진출한 졸업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우 소수예요. 해외 건축과 석사로 유학을 가셔서 건축 관련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긴 합니다. 동창회에서 해외 유학을 마치시고 건축가로 일하시는 분을 두 분 뵈었었는데 한 분은 스타트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계시고 다른 분은 2017년 서울시 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실험 부스 영상에서 인터뷰 하시는 모습을 보았었어요. 방송 PD를 하고 계신 분도 있어요. 시각디자인 등 ‘디자인’을 하시는 분은 저는 못 뵈었지만, 제가 뵙지 못한 선배들 중에서도 계실 수 있겠죠?ㅎㅎ
5. 도시공학과 졸업 후에 가질 수 있는 직업들은?
정말 엄청 많아요. 도시공학과의 특징은 Generalist라는 거예요. 도시와 관련한 넓은 분야를 배우는 대신 한 가지 분야에 대해 빠삭하게 알지는 못해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성을 요하는 직종에 가기 위해서는 더 깊게 공부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렇지만 어디나 전문성을 요하는 직종에 가려면 관련 업계 경력이나 대학원 학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반적으로 학부4년을 졸업한 선배들이 가는 직종은 공기업(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국토정보공사(LX), 한국도로공사(EX) 등), 사기업의 부동산팀, 금융권, 건설회사의 영업직, 시행사 등 부동산 및 도시개발팀이 많아요. 도시공학과를 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내가 전문성이 너무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입사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Generalist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타전공을 졸업하고 입사한 사람들과 보는 시각이 다르고, 법, 경제, 설계 등등 다양한 분야를 한 번씩 들어보았기 때문에 업무에 쉽게 적응한다고 합니다. 일반 회사에는 왜 부동산팀이 있느냐하면, 예를 들면 SM엔터테인먼트의 부동산파트에서 일하고 계시는 선배가 말씀하시길 SM이 가지고 있는 공연장이나 부동산 가치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일을 하신다고 해요. KT&G 부동산 관련 부서에 일하고 있는 선배도 KT&G가 가지고 있는 건물과 토지를 활용하는 일을 하고 계세요. 금융권에서 일하는 선배들은 국민은행 등 일반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 등에서 부동산 관련 일을 하시고요. 건설회사의 영업직이라 함은 건설회사(즉 시공사)가 시행사나 조합으로부터 수주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부서이고, 역시 숲을 보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도시공학과가 많이 진출을 하고 있어요.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 들어가거나(소송이라는 것은 다양한 직종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도시공학과 졸업생의 경우 관련 소송에 대한 장점으로 여겨질 수 있어요), 기술고시로 공무원이 되시는 분도 있고, 감정평가사, 부동산디벨로퍼 등 법과 부동산 관련 직종이 많네요. 한편 공대에서 사회과학과 가장 관련이 많다 보니 방송PD나 신문기자를 하시는 분도 꽤 계세요. 요즘에는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나 어반플레이 등 도시의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문화콘텐츠를 기획하는 기업들이 생겨나는 추세예요.
대학원에 진학해서 도시설계나 도시계획, 환경계획, 재난방재, 교통공학, 스마트시티 등 한 가지 분야에 대해 더욱 자세히 공부한 후에는 전문적인 지식을 살려서 일할 수 있어요. 서울연구원, 경기연구원, 대전세종연구원 등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발전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있는데 도시설계, 계획, 환경 분야가 단연 주축을 이루고 있어요. KEI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KDI 한국개발연구원, 국토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 등 전국적인 규모의 연구원들도 있고요. 도로공사의 도로교통연구원이나 삼성경제연구소 등 (공)기업의 연구원에서 일하는 선배들도 있어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일하는 선배를 뵌 적이 있는데, 실제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도시정책을 연구하고 계시더라고요.
도시설계가, 도시계획가, 교통계획가라고 말하는 것들은 분명 하나의 직업 이름이에요. 연구원에서 연구하시는 분들,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건축사사무소의 도시설계가와 대학 연구실의 교수님 및 박사님들,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들, 교통영향평가를 하는 연구원들 전부 계획가들이죠! 마치 우리가 아플 때 ‘기관지염’이라는 정확한 병명보다 기침을 하고 열이 나는 증상을 치료하는 게 더 중요한 것처럼, 직업 이름은 간단하지만 다양한 곳들에서 서로 다른 일들을 하는 선배들이 많아요.
지금까지는 꽤나 현실적인 직업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도시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직접 펼쳐내보고 싶어 컴퓨터과학과를 복수전공 하고 있어요. 나중에 지리정보를 활용한 어플을 계획하거나, 도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회적인 흐름을 읽어내고 싶어요. 이외에도 도시농업에도 관심이 많고요. 위에서도 얼핏 언급한 것 같지만, 저는 학부를 도시공학과로 졸업한다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도시와 연관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얻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MIT의 Senseable City Lab의 홈페이지 링크를 첨부할게요:
여기서 저는 Drinking Data라는 영상을 완전 좋아해요!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이동합니다.)
http://senseable.mit.edu/ccfs/ |
6. 추천서에 들어가면 도움이 될 속성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도시공학과는 수학을 잘 하면 좋아요. 교통 쪽도 수학을 사용하고, 도시계획에서도 경제학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수학을 많이 써요. 그리고 협력적인 사람을 매우 선호해요! 도시설계와 계획은 절대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론 수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수업이 조모임이 있어요. 처음에는 협력적이지 않은 친구도 4년간의 개조 끝에 조모임에 익숙해지는 곳이 도시공학과예요. 한편, 수학 외에도 인문학적인 소양을 매우 선호하기 때문에 글을 잘 쓰고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강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과학특기자로 도시공학과에 지원할 때, 과학과 수학 관련 내용은 생활기록부에 많으니 자기소개서에는 주로 토론동아리와 토론대회 활동을 강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할 때 원서를 많이 읽는 등 영어로 공부하려고 노력했다는 내용을 썼고, 최초합으로 합격하였습니다.
어느 학과에 가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 직업도 달라질 거예요 분명! 학부는 앞으로의 시각을 길러주는 곳인 거죠! 저는 무엇이든 도시의 기준에서 보는 시각을 배우고 있지만, 만일 ㅇㅇ씨가 건축물의 디자인이나 예술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얻고 싶다면 건축과를 선택하고, 나에게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 효율성과 최적화를 따지는 경제적인 시각을 얻고 싶다면 산업공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D 원하는 곳 지원해서 좋은 결과 있길 바라요! 또 궁금한 점 있으면 연락 줘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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